[EP.1] 도쿄에서 꺼낸 이름표 – 돈티의 첫 명함 이야기
“이건 그냥 종이가 아니야.
내가 처음 세상에 꺼낸 ‘나’라는 이름표였거든.”
IMF의 여파가 사회 전체를 흔들던 시기.
나는 한 일본 본사를 둔 한국 지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때는 입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고,
회사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고,
매 순간이 조심스러웠다.
입사 초기, 내게 처음 주어진 건
책상 위에 조용히 놓인 ‘명함 한 통’.
하얀 바탕에
내 이름, 직책, 회사 주소, 대표 번호가 인쇄된
그 종이 묶음은
세상에 처음으로 ‘나’라는 이름을 꺼내는 시작이었다.
누군가에겐 그냥 흔한 종이일지 몰라도,
내게는 분명했다.
그건 내가 사회에 처음 내민 ‘존재의 증명’이었다.

기억난다.
일본 본사 회의 참석차 도쿄 나리타 공항에 처음 도착했던 날.
공항 특유의 공기,
버스에 올라타 들려오던 높은 음의 일본어 안내방송,
그리고 좌측통행 도로 위를 달리는 리무진 버스.
차선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반대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낯선 풍경 속에서
맞은편 차선 너머 도로변 광고판에 박힌
‘삼성’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단순한 기업 광고가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여기에 있다.
작지만 흔들리지 않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IMF를 지나온 국민으로서,
그 로고가 전해준 자부심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
K-콘텐츠, K-브랜드가 세계 무대를 이끄는 이 시대.
그때 리무진 창밖에서 마주한 그 간판이
한류의 예고편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 본사 회의실 앞.
처음 마주한 일본인 직원에게
나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명함을 건넸다.
“돈티입니다, 한국지사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손에서 건네진
얇은 종이 한 장.
그 안에 담긴 건
단지 연락처 정보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내 첫 대답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명함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그건 나를 세상에 꺼내는 첫 번째 로고였다.

지금은 누구나
자신만의 프로필을 만들고,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기다움’을 디자인한다.
하지만 내게
그 시작은 명함 한 장이었다.
그 안에 담긴 첫 감정과 책임감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종이 명함 대신 블로그 프로필, 유튜브 채널, SNS 소개란 속에서
‘지금의 나’를 꺼내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어떤 말로 나를 소개할 것인가’
‘내 이름 옆에 붙일 수식어는 무엇인가’
‘이미지 하나, 문장 한 줄이 나를 대신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 천천히 꺼내 보려 한다.
👉 다음 편. [EP.2] 디지털 시대의 프로필, 어떻게 만들까?
종이 한 장으로 시작했던 나의 첫 인사.
이제는 온라인에서, 화면 속에서, 링크 하나로 이어지는
디지털 명함의 시대.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
다음 글에서 함께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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