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어제의 일도
방금 했던 이야기도
금세 잊어버리시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더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 가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시간을
영상으로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모습,
잠깐 산책을 나간 날,
가족과 함께 웃던 순간들.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을
조용히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촬영을 했다는 사실도
금방 잊어버리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영상을 다시 보여드리면
어머니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웃으셨습니다.

그 웃음을 보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그 영상을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그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분명히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상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영상을 보면
어머니는
그 안에서 웃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머니의 일상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촬영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중년의 디지털 적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치매와 영상기록 ③회상요법과 영상의힘 (19) | 2026.03.25 |
|---|---|
| 치매와 영상기록 ②일상을 찍는 방법 촬영팁 (30) | 2026.03.24 |
| 📻 토요일, 음악으로 천천히 시작하는 하루 (12) | 2026.03.21 |
| 🌸 [3월 봄 시리즈 ③]입학식, 다시 오지 않을 하루를 남기는 법 (11) | 2026.03.04 |
| 🌸 [3월 봄 시리즈 ②]하객이라서 더 잘 찍을 수 있는 결혼식 스냅사진 (12) | 202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