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방금 나눈 대화도
금세 잊어버리시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한 가지를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억의 변화와 함께
어머니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치매 증상 중 하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도
어느 순간 갑자기
불안해하시거나
초조해하시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머니의 시간을
다시 꺼내 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찍어두었던 사진들,
가족들과 함께했던 영상들.
어머니와 함께
그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큰 반응이 없으실 때도 있었습니다.
사진 속 사람을 보며
“이 사람이 누구지?”라고
물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상 속 장면을 보시며
조용히 웃으시기도 했고
익숙한 이름을
천천히 떠올리시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시던 표정이
서서히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기억을 되찾는 것이라기보다
어딘가 깊은 곳에 남아 있던
감정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시지만
그 시간 속에 담겨 있던 감정은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는 순간을
함께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은
치료라기보다
어머니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들은
어머니에게도
우리에게도
조용하지만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기록해 온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마지막 이야기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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