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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디지털 적응기

치매와 영상기록④기억보다 남는것들

by Don.T 2026. 3. 26.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을
영상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은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려졌지만
영상 속에는 그날의 표정과 웃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실 때도 있었지만,
영상을 다시 보는 순간
편안한 표정을 지으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상이 기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다시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상들은
어머니를 위한 기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가족을 위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영상을 보며
그때의 시간을 다시 떠올렸고,
그 시간 속에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굳이 유튜브에 올릴 필요가 있었나요.”


저희는
어머니의 병을
숨겨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 역시
우리 가족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록 덕분에
S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남은 하나의 추억이었습니다.


그 기록을 통해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치매로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저희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은 보람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머니의 기록을 남기던
그 영상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어머니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끝난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아
지금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효자시네요.”
“어려운 일을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특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상황 속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함께했을 뿐입니다.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기준이 되기보다는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 가족도 완벽하지 않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시간 속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함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까지
저희를 버티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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