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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티의 따뜻한 일상

[여름 특집 3편] 숲속의 빈터 – 아버지의 70년 친구를 만나다

by Don.T 2025. 7. 31.

백담계곡을 뒤로하고
우리는 양양 외곽의 조용한 숲길을 따라
‘숲속의 빈터’라는 예쁜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습니다.
그곳엔 아버지의 70년 지기 친구분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숲속의 빈터’ 예쁜 베이커리 카페

두 분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오랜 벗이었습니다.
서울에 계실 땐 자주 만나며 안부를 나누셨지만,
몇 해 전 양양으로 내려가신 이후로는
쉽게 얼굴을 보기 어려웠지요.
그래서 이번 여정의 두 번째 목적지는
계곡만큼이나 소중한 의미를 가진 만남이었습니다.


차창 밖 풍경이 점점 짙은 녹음으로 바뀌고,
길 끝에 이르자
나무들 사이로 세련된 외관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숲속의 빈터’
말 그대로,
숲 안에 고요히 자리한 이 공간은
무언가를 비워두었기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은 도시의 감각을 닮았지만,
그 안엔 자연과 시간, 그리고 온기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카페 앞에 서 계시던 친구분이
우리 차를 발견하고 조용히 손을 들어 인사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짧은 미소로 화답하셨습니다.
굳이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눈빛과 발걸음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우정이
그 짧은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흘렀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세련된 외관의 건물

자리에 앉은 우리에게
아버지께서 조용히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저 친구, 옛날에 청담동하고 분당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했었어.
맛 하나는 진짜 알아주던 사람이었지.”


은퇴 후, 직접 이곳 양양에
베이커리와 집을 지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신제품이 나올땐
서울에서 유명 베이커리 셰프들을 초청해
풍평회를 열 정도로
여전히 ‘장인의 자세’를 놓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엔
친구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 ‘숲속의 빈터’ 마당 풍경

카페 창가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정원은
꼼꼼히 다듬어진 길과 잔디,
그리고 흰 파라솔이 그늘을 드리우는
차분하고도 여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한 걸음 나아가 마당을 거닐다 보니
곳곳에 피어난 여름꽃들이
이 공간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햇빛 아래 하얗게 반짝이던 수국,
연보라빛으로 곱게 피어난 작은 꽃송이,
그리고 강렬하게 여름을 품은 진분홍의 백일홍까지.

꽃마다 색도 다르고 향도 다르지만
그 자리에 조용히 피어 있는 모습이
왠지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묵묵히, 그리고 함께 계절을 지키는 존재들.


☀️ “여름의 햇살을 품은 꽃들이
빈곳의 시간을 천천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카페 창가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정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테이블 위에 놓인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호두팥빵,
그리고 과일이 수북이 올라간 디저트까지.
작은 것들 속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마주 웃으시던 그 순간,
우리에겐 그 어떤 대화보다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 마무리 – 하루였지만 오래도록 남을 여행

이번 여행은
긴 계획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형제들이 시간을 맞추고,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말 한마디로
갑작스레 시작된 여름 소풍이었지요.
 
하지만 백담계곡의 맑은 물소리,
울퉁불퉁한 돌길을 함께 건너던 그 순간,
그리고 양양 ‘숲속의 빈터’에서의 조용한 재회까지—
그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하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길게 머물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한 하루는
그 자체로 충분한 여행이었습니다.
짧지만 선명한 이 여름의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 속 한 페이지로
고이 자리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돈티의 가족이야기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따뜻한 기록으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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