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계곡을 뒤로하고
우리는 양양 외곽의 조용한 숲길을 따라
‘숲속의 빈터’라는 예쁜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습니다.
그곳엔 아버지의 70년 지기 친구분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두 분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오랜 벗이었습니다.
서울에 계실 땐 자주 만나며 안부를 나누셨지만,
몇 해 전 양양으로 내려가신 이후로는
쉽게 얼굴을 보기 어려웠지요.
그래서 이번 여정의 두 번째 목적지는
계곡만큼이나 소중한 의미를 가진 만남이었습니다.
차창 밖 풍경이 점점 짙은 녹음으로 바뀌고,
길 끝에 이르자
나무들 사이로 세련된 외관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숲속의 빈터’
말 그대로,
숲 안에 고요히 자리한 이 공간은
무언가를 비워두었기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은 도시의 감각을 닮았지만,
그 안엔 자연과 시간, 그리고 온기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카페 앞에 서 계시던 친구분이
우리 차를 발견하고 조용히 손을 들어 인사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짧은 미소로 화답하셨습니다.
굳이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눈빛과 발걸음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우정이
그 짧은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흘렀습니다.

자리에 앉은 우리에게
아버지께서 조용히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저 친구, 옛날에 청담동하고 분당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했었어.
맛 하나는 진짜 알아주던 사람이었지.”
은퇴 후, 직접 이곳 양양에
베이커리와 집을 지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신제품이 나올땐
서울에서 유명 베이커리 셰프들을 초청해
풍평회를 열 정도로
여전히 ‘장인의 자세’를 놓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엔
친구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 ‘숲속의 빈터’ 마당 풍경
카페 창가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정원은
꼼꼼히 다듬어진 길과 잔디,
그리고 흰 파라솔이 그늘을 드리우는
차분하고도 여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한 걸음 나아가 마당을 거닐다 보니
곳곳에 피어난 여름꽃들이
이 공간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햇빛 아래 하얗게 반짝이던 수국,
연보라빛으로 곱게 피어난 작은 꽃송이,
그리고 강렬하게 여름을 품은 진분홍의 백일홍까지.
꽃마다 색도 다르고 향도 다르지만
그 자리에 조용히 피어 있는 모습이
왠지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묵묵히, 그리고 함께 계절을 지키는 존재들.

☀️ “여름의 햇살을 품은 꽃들이
빈곳의 시간을 천천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테이블 위에 놓인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호두팥빵,
그리고 과일이 수북이 올라간 디저트까지.
작은 것들 속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마주 웃으시던 그 순간,
우리에겐 그 어떤 대화보다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 마무리 – 하루였지만 오래도록 남을 여행
이번 여행은
긴 계획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형제들이 시간을 맞추고,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말 한마디로
갑작스레 시작된 여름 소풍이었지요.
하지만 백담계곡의 맑은 물소리,
울퉁불퉁한 돌길을 함께 건너던 그 순간,
그리고 양양 ‘숲속의 빈터’에서의 조용한 재회까지—
그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하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길게 머물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한 하루는
그 자체로 충분한 여행이었습니다.
짧지만 선명한 이 여름의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 속 한 페이지로
고이 자리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돈티의 가족이야기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따뜻한 기록으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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