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을 바라보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강원도 백담계곡에 다녀왔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가족과의 여행을 누구보다 즐기셨던 아버지.
언제나 먼저 나서서 일정을 짜고,
"어디든 가보자" 하시던 분이셨지요.
하지만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신 지금,
이제는 먼 길이 쉽지 않으셔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점점 망설이게 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들끼리 나눈 대화 속에서
“이번에 다 같이 계곡이나 한번 다녀올까?”
하는 말이 툭 나왔고,
아버지도 “그래, 날씨도 덥고 좋지” 하시며
뜻밖의 미소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풍처럼 갑자기 떠난 강원도 계곡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큰 준비도,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지요.

게다가 다행히도
고속도로가 잘 닦인 덕분에
예전엔 3~4시간 걸리던 거리를
이젠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맑고 시원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백담계곡에 닿자마자
맑은 물소리와 초록빛 그늘이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긴 여름 끝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처럼
우리 곁을 조용히 스며들었지요.
계곡물은 살짝 서늘할 뿐,
몸을 움츠릴 만큼 차갑진 않았지만
그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무더위도, 마음속 복잡한 생각들도
조용히 흘러가버렸습니다.

계곡의 돌이 울퉁불퉁해서
혹여 아버지께서 넘어지실까
형제들 모두 조심스레 아버지를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한 돌, 한 돌 균형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딛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우리가 아버지 손을 붙잡고 걷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손을 잡아드릴 차례라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짠해졌습니다.


그날 밤, 예전 가족앨범에서
80년대 계곡에 놀러간 빛바랜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땐 우리가 작았고,
아버지는 듬직한 산처럼 크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그 옛날의 물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날의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
부모님과의 여행, 망설이지 마세요.
꼭 멀리 가지 않아도,
한 번의 계곡 나들이가
가족 모두의 추억 속에 평생 남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 돈티의 가족이야기 였습니다

👉 다음 이야기 예고
“70년 지기,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다”
– 양양 숲속 베이커리에서 펼쳐진
아버지의 청춘과 우정의 재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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