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 아직 잠든 아버지
아침 7시.
창밖은 여전히 흐렸고,
밤새 내린 비가 살짝 멎은 뒤였다.
숙소 안은 고요했다.
3층 독채형 빌라의 2층 침실에서는
아버지의 규칙적인 숨소리만 들렸다.
“아버지는 좀 더 주무시게 두자.”
큰누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

송림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젖은 바닥에서 솔향이 피어올랐다.
바람은 차갑지만 상쾌했고,
머리 위로는 잿빛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리조트 앞 망상해변은 조용했다.
평일의 아침이라 사람 하나 없었다.
회색빛 바다와 낮게 드리운 구름,
그리고 파도 부서지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누나는 “빵이나 사서 아침 대용으로 먹자.”고 했다.
그 말에 우리는 숙소 옆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빵만 사려던 길, 분위기에 마음이 바뀌다
송림길을 벗어나 해변 도로를 따라가자
바다 쪽으로 난 도로 끝에 따뜻한 불빛이 보였다.
간판에는 ‘CAFE CLAM’ 이라고 적혀 있었다.
통유리 안쪽에선 커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여기다. 빵도 팔고 커피도 있네.”
누나가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바깥의 차가운 바람을 밀어냈다.
진열대에는 결이 살아 있는 크루아상,
브리오슈, 바삭한 페이스트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버터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빵만 사서 가자.”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금세 바뀌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흐린 바다,
잔잔한 음악과 식물 가득한 내부 공간까지—
모든 게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다.

무엇보다 아침 시간이어서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카페 전체를 천천히 둘러볼 수도 있었고,
사진을 찍기에도 편했다.
빵을 진열해둔 선반부터 창가의 커피잔까지
모든 장면이 차분하고 예뻤다.
“그냥 여기서 먹자.”
누나의 말에 모두 웃었다.
결국 빵을 포장하려던 계획은 바뀌었다.
“아버지도 이런 데 좋아하시잖아.”
“오빠한테 전화하자. 차로 모시고 오면 되겠네.”
누나의 제안에 우리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아버지 모시고 카페로 와요. 분위기가 진짜 좋아요.”
형은 웃으며 “알았어, 바로 출발할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아버지와 함께한 아침식사
잠시 뒤, 카페 앞에 차 한 대가 멈췄다.
아버지가 천천히 내리시며 웃었다.
“바다 보면서 커피 마신다고 해서 나왔지.”
창가 자리에 앉은 아버지는
유리창 너머로 부서지는 파도를 한참 바라보셨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그 눈빛은 온화했다.

트레이 위에는
우리가 골랐던 빵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크루아상은 바삭하게 갈라지고,
커피잔 위로 김이 피어올랐다.
아버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씀하셨다.
“이런 데는 엄마도 참 좋아했을 텐데.”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누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엄마도 왔으면 좋아하셨을 거예요.”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그 시간은 슬프지 않았다.
그저 따뜻했다.
창밖의 회색빛 바다는 여전히 출렁였고,
아버지의 커피잔 속엔 잔잔한 파문이 맴돌았다.

🌿 다음 이야기 – 오색약수의 점심
망상에서의 하루를 마친 우리는
귀경길에 오색약수로 향했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옆으로
가을빛이 스며든 나무들이 고요히 서 있었다.
차창을 두드리던 빗소리는 어느새 멈추고,
대신 맑은 약수 물소리가 귀에 닿았다.
그 길 끝에는 따뜻한 산채정식 한 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여행의 마지막,
비로소 햇살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이 여행이
아버지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으로
오래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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