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초 대학교에 갓 입학했던 시절, 저는 경제학 원서를 끼고 살던 학생이었습니다. 미시·거시경제학 책을 펼쳐 들고 ‘경제란 이런 것이다’라고 머리로만 이해하려 애썼지만, 현실과의 거리는 늘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네 이름으로 가져가라.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어머니가 오래 보유하시던 6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제게 넘겨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이 제 인생의 첫 실물 경제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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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로터리 대신증권에서 시작된 첫 경험
우리는 그날 **신촌 로터리**에 있던 대신증권 지점을 함께 찾았습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광판의 붉고 푸른 숫자들, 전화기를 붙잡고 주문을 넣는 직원들, 창가에 줄지어 선 신문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1990년대 초, 그 시절 주식 투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인터넷 매매는 존재하지 않았고,
✔️매수·매도는 증권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주문,
✔️시세 정보라고 해봐야 신문에 실린 전일 종가,
TV 뉴스에서 1분 남짓 흘러가는 시세표가 전부였습니다.

실시간 차트도 알림도 없던 시대.
그래서 투자란 ‘정보 접근’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 관리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양도 서류에 제 이름을 적던 순간,
책 속 그래프를 넘어서 현실 속 경제로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미소 지으시던 어머니의 표정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직접 경험해봐라. 그래야 네 것이 된다.”
그 말은 스무 살의 제게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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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원은 경제 이론을 ‘내 경제’로 바꾸어 주었다
스무 살의 저에게 600만 원은 너무나 큰 금액이었습니다.
신문의 작은 시세표 한 줄에도 마음이 오르내렸고,
주가가 흔들리면 하루의 감정까지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 저는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실전 경제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법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법
✔️감정을 통제하는 연습
경제는 개념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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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이 돈은 내 첫 번째 창업의 밑거름이 되다
시간이 흐른 뒤 저는 제 꿈에 도전하기 위해
작은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모든 시작에는 종잣돈이 필요했고,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어머니가 제게 맡겨주셨던 그 600만 원이었습니다.
그 돈은 단순한 매각금이 아니라
제가 세상으로 첫발을 떼게 한 씨앗자본이자 용기였습니다.
어머니의 신뢰가 현실에서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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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한 이웃분의 포스팅에서 다시 떠오른 나의 20살
얼마 전, 이웃 블로거 한 분이
아이들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줬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저는 스무 살의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아이에게 남겨진 작은 계좌—
훗날 그 계좌가 몇 배, 몇 천 퍼센트 오를 수도 있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동기부여의 씨앗이라는 걸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처음 ‘경제 경험’을 선물하는 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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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하나 – 돈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이 시작된 순간’
스무 살의 저에게 주어진 600만 원은
오늘의 저를 만든 첫 경제 수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알게 된 사실 하나.
돈의 크기보다, 그 돈이 열어주는 ‘배움의 문’이 훨씬 크다는 것.
그 문을 열어주신 분이 어머니였다는 사실이
지금도 제게 가장 큰 감사이자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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