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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티의 따뜻한 일상

[일요기획] 값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선물

by Don.T 2026. 2. 8.

요즘 TV를 보다 보면
금값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제보다 또 올랐다는 말,
그래프와 숫자가 화면을 채운다.
지금이 사야 할 때인지,
팔아야 할 때인지
사람들은 계산기를 먼저 꺼낸다.

금은 늘
‘값’으로 이야기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이 금반지는
그 어떤 시세표에도 올릴 수 없다.


작년 4월,
어머니가 소천하신 뒤
집 안에는 쉽게 손대지 못한 물건들이 남았다.
정리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간.
치우는 것도, 그대로 두는 것도
모두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어머니의 금팔찌도
그중 하나였다.

특별한 날에만 차셨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던 물건도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손목에 늘 있던 것.
그래서 더
쉽게 꺼내 볼 수 없던 물건이었다.

수십년 간직하셨던 어머니의 팔찌


어느 날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건
녹여서
너희들 반지 하나씩 만들어 주자.”

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다듬어 온 결정처럼 느껴졌다.
금값이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 말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팔찌는 녹여졌고
금은 반지가 되었다.
모양은 같았고
각자의 손에 맞게
크기만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반지 안쪽에는
자식들의 이름이
이니셜로 새겨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
하지만 가장 가까운 안쪽에.
어머니의 것이었던 금은
이제
자식들의 이름을 품고
각자의 손가락에 나뉘어 앉았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이건 유품을 나눈 것이 아니라
기억을 나눈 것이라는 걸.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 금값이 얼만데…”

하지만
이 반지는
오를 때를 기다리는 물건이 아니었다.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보여주기 위해 끼는 것도 아니다.
함께 기억하기 위해
조용히 나누어진 것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것을
혼자 간직하지 않으셨다.
대신 나누는 쪽을 선택하셨다.
자식들의 이름을
반지 안쪽에 새긴 건
겉으로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기억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을 방식으로.

요즘도 TV에서는
금값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래프는 여전히 오르고
사람들은 숫자를 계산한다.

하지만
내 손가락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 하나는
그 어떤 값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값으로 남지 않고
이름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 반지는
더 이상 금이 아니라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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