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약 5년.
엄마의 투병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그 안에는 명절의 모습도,
조용히 가족을 바라보시던 엄마의 눈빛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4월,
엄마를 하나님 곁으로 보내드린 뒤로
그 영상들을 다시 열어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그때 참 힘들었지.”
웃으며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아직, 그 문을 열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설, 우리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예전처럼 차례를 준비하는 대신
올해는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도, 아버지도 아직은 새신자입니다.
형식도 완벽하지 않았고
순서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방법보다 중요한 건
우리 집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그래서 교회에서 나눠준 가이드에 따라
찬양과 말씀, 기도를 준비했고
TV 화면을 통해 묵상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엄마의 예전 모습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엄마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영상으로 편집했습니다.
검은 화면 위에
짧은 문장을 올리고
말씀을 천천히 읽으며
조용히 고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붙든 말씀
그날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은
시편 133편입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함께 사는 것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
이 구절은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는 문장입니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
이번 설은
작년 이맘때 함께 계셨던 엄마를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은
어떤 물건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서로 곁에 있어 주고,
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가족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은 아픈 시간입니다
영상 속 엄마의 모습을 꺼내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우리의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슬픔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움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날,
가족이 함께 앉아
같은 문장을 읽고
같은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신앙의 언어로는 “복”이라고 표현하지만
어쩌면 그건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순간을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집의 새로운 명절
엄마 없이 맞는 첫 설.
완벽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방향을 정했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사랑을 기준으로 삼는 명절.
말보다
마음을 먼저 두는 가족.
그 말씀이
우리 가정 안에서 조금씩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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