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리 가족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하고
같은 말을 두 번 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좀 깜빡하시는 것 같네.”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
특히 아버지는 어머니의 변화를 치매라는 말로 연결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셨습니다.
부모 세대에게 치매라는 단어는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기억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도 한동안 그저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는 조금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겨울이었는데
어머니가 여름 바지를 입고 나오신 것입니다.
그날 날씨는 꽤 추웠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얇은 여름 바지를 입고
집 안을 걸어 다니셨습니다.
“어머니, 오늘 날씨 추워요.”
우리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잠깐 멈칫하셨습니다.
그 순간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어머니의 인지 기능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치매는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조용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건망증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더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시기도 했고
방금 이야기한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병원을 가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치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변화를
치매라고 인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치매를 부정하고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 것.
그것이 가족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처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가족이 치매 가능성을 인정하고
병원을 찾기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왜 치매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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