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티의 따뜻한 일상

부모치매 자녀대처법 ② 치매를 인정하기 어려운 가족의 마음

by Don.T 2026. 3. 17.

어머니의 치매를 완전히 인정하기까지는
우리 가족에게도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건망증이 조금 심해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이 조금씩 흐려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 변화를 치매라는 병과
쉽게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어머니의 변화를 치매라고 받아들이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셨습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
“사람이 늙으면 기억이 좀 흐려질 수도 있는 거야.”
그 말 속에는
어머니를 향한 걱정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도
함께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부모님 두 분이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경우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부모님이 상황을 숨기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도 그런 마음이 강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먼저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괜찮아. 내가 옆에서 보면 돼.”
“너희들 바쁜데 이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마음이 오히려
어머니의 상태를 더 오래 숨기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서
어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더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시기도 했고
방금 했던 이야기를 금방 잊어버리는 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의 마음도
조금씩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제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은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우리 가족 스스로에게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치매라는 병을 인정하는 과정은 환자보다
가족에게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치매를 부정하고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가족이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가족이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던 이야기와
어머니가 치매 중기 진단을 받게 된 순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