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치매를 겪으면서
우리 가족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당황하기도 했고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치매를 겪는 부모님 곁에서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험을 돌아보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① 현실을 인정하는 것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치매라는 병은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병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해야
병원 치료도 시작할 수 있고
돌봄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어머니의 치매를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고
진단을 받은 뒤에는
조금씩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작이었습니다.

② 부모님의 자존심을 지켜드리는 것
치매를 겪는 부모님에게
가장 힘든 것은
기억을 잃는 것보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실 때
우리는 때로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부모님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가능하면
다시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이야기하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것.
그것이 부모님을
존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③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
치매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산책도 함께 했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가족이 곁에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느끼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도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치매는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우리를 키워 주셨던 부모님을
이번에는 우리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따뜻하게
돌봐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시리즈로 연재하다 보니
어머니를 걱정해 주시는 댓글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 하나하나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작년 4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먼저 떠나셨습니다.
치매를 약 10년 동안 앓으시며
가족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이 글은
지금 누군가의 곁에서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가족들에게
저희가 겪었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돈티의 따뜻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꽃처럼 오셨다가, 꽃처럼 떠나신 어머니 (9) | 2026.04.03 |
|---|---|
| [일요기획]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 돌담길을 걷던 두 사람 (14) | 2026.03.29 |
| 부모치매 자녀대처법 ③ 결국 병원에서 확진을 받던 날 (26) | 2026.03.18 |
| 부모치매 자녀대처법 ② 치매를 인정하기 어려운 가족의 마음 (24) | 2026.03.17 |
| 부모치매 자녀대처법 ①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던 그날 (25) | 202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