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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티의 따뜻한 일상

[일요기획]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 돌담길을 걷던 두 사람

by Don.T 2026. 3. 29.

그 시작은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신 아버지,
1957년 공부 하나를 붙잡고 서울로 올라오셨고
그 길의 시작에는
재봉틀을 팔아
아버지의 손에 돈을 쥐어주신
할머니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평생을 갚았지.”
그 한마디로 남겨진 이야기.
 
👉 전편 이야기 보러가기
https://dontee.tistory.com/392

[일요기획]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_ 1957년, 재봉틀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

아버지는시골에서 자라셨다.그리고1957년,공부 하나를 붙잡고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한다.그 시절서울은 지금처럼 가까운 곳이 아니었다.친척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곳.그럼에도 아버지는배우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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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그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시절
우리나라 체신부는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삶을 이어가던 시간 속에 있었다.
흩어진 사람들의 소식을
편지로 전하던 시대.
편지 한 통이
시간을 건너 도착하던 시절.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국가의 일을 맡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시대의 공무원이었던 셈이다.


 

아버지는
그 체신부에서 일을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이후 정직원이 되어
국제 우편을 담당하는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셨다고 한다.
영문학과를 다니고 계셨던 덕분이었다.
그 시절
국제 우편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낮에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은
아버지에게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틈이 되었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삶이
가능한 시간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같은 체신부에서
우편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계셨다.
이미 서울에서 자라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의 첫 출근 날,
자리는
어머니의 바로 뒷자리였다고 한다.
그날을 떠올리며
내가 물었다.

“그때 기억나세요?”

 
아버지는 잠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자주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셨다고.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아마도
그날의 그 작은 장면이
두 사람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연애는
조용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걷고,
퇴근 후에는
아현동에 있던 어머니 집까지
데려다드리는 시간.
말이 많지 않아도
그 시간은 끊기지 않고
오래 이어졌다.
수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쌓여 갔다.


그 시간 속에서
아버지는
중앙우체국 인사과로
자리를 옮기게 되셨다고 한다.
묵묵히 이어온 시간들이
조금씩
자리를 만들어가던 때였다.


그리고 어느 날,
먼저 마음을 건넨 사람은
어머니였다고 한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뒤에
조용히 꺼낸 마음.
그 순간은
두 사람의 시간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집에서는
이 만남을 반대했다고 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아버지의 환경 때문이었는지,
그 이유는 길게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서로의 배경이
지금보다 더 크게 작용하던 시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그 시간을 지나
함께 살아가게 된다.
어쩌면
그때의 선택 하나가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인연은,
아주 작은 순간 하나에서
조용히 시작되기도 한다.


다음 이야기는
그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통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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