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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티의 따뜻한 일상

어머니의 1주기, 감사의 기록

by Don.T 2026. 4. 4.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달력의 숫자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그날로 돌아왔지만,
우리 가족의 시간은
흐르는 듯 멈춰 있고
멈춘 듯 흘러왔습니다.

참 쉽지 않은 1년이었습니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에
목이 메이기도 했고,
어머니의 빈자리가 또렷해지는 순간마다
가슴 한편이 조용히 무너져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어머니의 1주기를 맞이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이 시간은 단순히 슬픔을 견뎌낸 시간이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자리를 정리해가는
조용한 성숙의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께서 소천하시기 전
중환자실에서 보내셨던 한 달입니다.

면회실 밖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그저 기적만을 바라던 그 시간은
당시에는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운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그 시간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한 달은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마지막 배려였습니다.


인생이라는 비행이
예고 없이 추락하는 ‘불시착’이었다면
우리는 그 충격 속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우리에게
천천히 고도를 낮추고
마음을 준비할 수 있는
‘착륙의 시간’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아픔을 넘어
감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으며
어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지난 1년 동안
우리 가족은 매주 한 번도 빠짐없이
교회로 향했습니다.

그 발걸음은
아버지의 건강과 외로움을 위한 기도였고,
동시에
흔들리는 우리 마음을 붙잡기 위한
작은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기도의 자리에서
저는 하나를 배웠습니다.

슬픔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안에서
조용히 다루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빈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더 이상 슬픔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따뜻한 기억과 사랑이
조금씩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은
잊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되새기기 위한 시간이었고,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추모식은
정성껏 준비한 영상을 통해
조용히 추모예배로 드리려 합니다.

어머니께서 계시던 방 한편에 놓여 있던
커다란 영정 사진은
이제 정리하려 합니다.

대신
그 환한 미소를
작은 액자에 담아
형제들과 나누었습니다.

이 작은 액자들은
각자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숨 쉬는
또 하나의 자리로 남게 될 것입니다.


방금 막
추모 영상을 마치고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참으로 고요합니다.

마음은 여전히
1년 전 그날과 이어져 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향해
눈물이 아닌
감사를 보냅니다.


어머니,

저희가 이별을 견딜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그 사랑,
이제는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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