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식탁에서 들은 오래된 이야기
오늘 점심 외식을 하다, 아버지에게서 오래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교 가는 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가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
그때는 625 전쟁의 상처가 아직 깊게 남아 있던 때였습니다.

🚶♂️ 집에서 30리, 세 시간을 걸어야 했던 등굣길
아버지의 중학교는 집에서 30리, 약 12k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면 버스로 금방 갈 거리지만,
그 시절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걸어서 가야 했습니다.
등교만 해도 두세 시간,
하교까지 합치면 하루에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 학교였습니다.

🚂 가장 빠른 길은 철도를 따라 걷는 길
그래서 아버지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길은 다름 아닌 철도를 따라 걷는 길이었습니다.
기차길 옆을 따라 걸으면
돌길도, 진흙길도 피할 수 있었고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면 기차길을 따라 학교로 향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
지금 생각하면 위험하고 힘든 길이지만,
그 시절 아버지에게는
배움을 향해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을 것입니다.

⛺ 교실 대신 천막 아래에서 이어진 공부
전쟁의 흔적은 학교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파괴되어 있었고,
학생들은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그 아래에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흙냄새가 올라오고,
바람이 불면 천막이 흔들렸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책을 펼쳤습니다.
교실은 없었지만,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 하루 다섯 시간의 길이 만든 배움의 가치
하루 다섯 시간 넘게 걷고,
천막 아래에서 공부를 이어갔던 그 시간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학교도 가깝고,
교실도 따뜻하고,
책도 충분하지만
과연 그만큼 간절히 배우고 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 기차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기차길은 단순한 통학로가 아니라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점심 식탁에서 들은 짧은 이야기 하나가
제 마음에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기차를 보게 되면,
저는 아버지의 그 학교 가는 길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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